내가 한라산을 한 달에 한 번 오르는 이유..

2019. 10. 11. 20:37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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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등산은 하시면 안됩니다 "

" ............. "

지금으로 부터 12년 전... 제주도를 자전거로 3박 4일 여행 후 갑작스런 무릎인대 파열로 인해 큰 수술 후 의사선생님께서 한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난 ...... 제주오름은 기본이고 그 험하다는 한라산을 오르고 있다. 의사선생님이 등산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럼 지금은 다리가 괜찮은걸까? 희한하게 수술 후 더 튼튼해진 다리 덕에 자전거로 여행 하기 전 보다 훨씬 좋아졌다. 물론 무리하지는 않는다.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걷기운동으로 다리를 튼튼히 하려고 한다. 사실 이렇게 꾸준히 걷기운동을 한 것도 불과 몇 년 남짓하다. 아무 연고없는 제주도 생활은 몇 년간 일에만 몰두하느라 운동이란 단어를 꺼낸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이렇게 말했다.

" 나.... 제주도와서 20kg 넘게 찐거 같아... 운동 좀 해야겠는데.. "

" ............... "

사실 나 또한 남편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몸 이곳저곳이 예전과 달랐다. 제주도 오기 전엔 나름대로 수영, 걷기등 꾸준히 운동을 했었다. 제주도 이사 후... 앞만 보고 달렸던 빡빡한 도심과는 달리 조금 여유롭게 살아갈 것 같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다. 그런 이유에서 운동이란 단어가 어느덧 우리에겐 사치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느꼈으니까....

우린 이제 한 달에 한 번 한라산에 간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돈 보다는 건강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누구 한 명이라도 아프면 다 부질없다는 생각까지 어느날 갑자기 들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남편과 난 일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가까운 오름이나 올레길을 걸으며 조금씩 체력을 쌓아 나갔다. 물론 우리만의 목표를 정해 두고 말이다.

" 한 달에 한 번 한라산 어떻노? "

" 한라산? "

" 너무 빡신거 아니가? "

" 그렇게라도 안 정하면 걷기라도 제대로 하겠나? "

" ................ "

하긴 남편 말이 맞았다. 이렇게라도 정하지 않으면 가까운 오름, 올레길을 제대로 가겠는가! 하는 생각이 나 또한 들었기때문이다.

올레길 17코스 ( 조천 ~ 함덕 )

남들은 조금 황당하게 들릴지 몰라도 우리부부는 나름 심각하게 결정하게 된 부분이었고 그 계기로 지금은 예전보다 더 건강하게 걷기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 물론 평소에 무뚝뚝한 서로의 성격도 차츰 변해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이쁜 길, 맑디 맑은 숲길을 걷고 있으면 누가 먼저랄거 없이 대화가 시작되었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소소한 대화.....참 사랑스럽고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었다.

걷기만 해도 휠링이 되는 제주도

제주도 정착 5년차..... 이사 후 몇 년 간은 아무 연고없는 섬에서 사람들과 잘 적응하며 먹고 살기 위해서 아둥바둥 버텼던 것 같다. 도심 보다 더 앞만 보고 달렸던 제주도 생활의 기억이지만 그래도 지금껏 별 탈 없이 버티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 물론 지금부터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휠링 섬 제주도를 만끽하려고 한다.

집에 쌓인 한라산 등정 인증서

내가 한라산에 한 달에 한 번 오르는 이유는 첫째로 건강을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제주도에서 산다는 것을 최대한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서다. 셋째는 운동을 하면서 우리부부의 대화가 많이 늘어 참 좋은 것 같다. 천혜의 자연환경의 섬 제주도에 산다는 건 때론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 행복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 해결 해야하는 과제라는 것을 새삼 많이 느끼게 되었다.

한라산 운무

한라산 백록담

사실 한라산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이상 정상까지 오른데는 정말 힘들다. 하지만 정상에서 느끼는 희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그런 마음을 사진과 함께 SNS에 올리면 사람들은 묻는다.

" 한라산 너무 자주 가는거 아닙니까? "

" 한라산 왜 그렇게 자주 가세요? " 라고...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 이렇게라도 정해서 가지 않으면 평소에 운동은 절대 안할거 같아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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