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 셀프인테리어 도전기!
2016년.... 해가 바뀌자마자 날짜가 후다닥 지나가는 것 같다. 누가 그랬던가!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 나이가 든 것이라....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들으면 "이 놈! " 하겠지만 요즘 들어 하루 24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만큼 빨리 가는 세월만큼 더 열심히 산다는 이야기인가..
2015년 2월 제주도 이사를 시작으로 3월 가게를 구하고 4월에 가게를 오픈하는 나름 초스피드 제주도 정착을 위해 열심히 하루 24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몸과 마음을 바쁘게 했다. 아마도 아무 연고 없는 제주도에서 살아 가려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아야 하는 우리다. 그래서 가게를 오픈 준비하는 내내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셀프 인테리어로 시작했었다. 처음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셀프 인테리어였는데 며칠 해 보고 인테리어 업자들이 왜 있어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겠다는 생각이 뇌리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힘들지만 이미 시작한 셀프 인테리어는 우리 부부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서로를 의지하는 부분이 더 많아졌고 대화도 많아졌으면 무엇보다도 금전적으로 많이 절약되어 할 수 있는 부분까지는 최대한 셀프 인테리어를 하자고 서로 용기를 북돋으며 하게 되었다.
2015년 3월.... 인테리어 첫날은 새로 단장하기 위해 가게 곳곳에 붙어 있는 시트지를 떼어 내는 작업이었다. 시트지 떼는 작업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큰 오산이었다. 창문에 붙어 있는 시트지만 떼는데 하루가 꼬박 걸렸으니 말이다. 인테리어 첫날 시트지 떼고 외벽에 페인트칠을 할 거라고 예상을 잡았는데 그건 도저히 하루 만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다음날 페인트 작업을 하려던 것도 펑크가 나 버렸다. 이유는 갑자기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비는 며칠 동안 내렸고 우린 가게 내부 집기를 정리하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다.
가게 외벽 페인트 칠하는 날
페인트 칠하는 날 새벽부터 일어나 가게로 나왔다. 우리가 생각했던 하얀색에 파란 테두리.. 상상만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페인트 칠을 한두 시간 정도 했었나... 완전 죽음 그 자체였다. 지금 생각하면 페인트칠을 할 때가 제일 힘들었었던 것 같다. " 자기야... 페인트칠은 진짜 사람 불러야겠다. " "...... 그러게.." 남편도 인정한 부분이다. 페인트칠이 제일 쉬울 거란 생각을 한 것이 큰 오산이었다. 우린 페인트 칠을 한 다음날 링거를 맞아야 할 정도로 몸살이 났다.
사실 페인트 칠이 셀프 인테리어 중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몸을 추스르고 우린 다시 가게로 와 최소한의 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기 위해 갖가지 방법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버려졌던 의자들을 다시 페인트칠을 하고 수리를 해 나름 가게와 어울리는 의자를 만들었고 가게 내부는 남편이 인테리어를 담당해 모든 것을 해결했다.
버리려던 의자의 변신
권리금으로 생각보다 돈을 많이 지불한 상태라 우린 최대한 아껴야만 했다. 예전에 사용했던 테이블을 우리 가게에 맞는 콘셉으로 맞추기 위해 남편은 최선을 다했다.
테이블을 잘라 우리 가게에 어울리는 테이블로 만들었다. 이 또한 절약에 절약을 더한 셀프 인테리어 그 자체였다.
넓은 유리창에 잘 어울리게 테이블... 이렇게 만들어 두면 좁은 실내를 넓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인이 식사를 하러 와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고, 무엇보다도 창밖을 보며 먹을 수 있어 운치가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제주도의 특성을 잘 고려한 인테리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남편의 생각이었다.
그 외 레일 조명 설치하기, 녹슨 의자 재활용하기, 테이크아웃 선반 만들기, 화단 만들기, 벽화 그리기 등 정말 시간만 나면 뭐든 가게에 필요한 것은 자연스럽게 직접 만들고 있었다.
누가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제주도 오기 전에 인테리어 하셨어요? "라고... 그럴 때마다 웃으면서 말한다. " 아닙니다. 제주도 와서 첨 합니다. 많이 허접한데요... 하하하 "
그리고 1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도 우린 계속 셀프 인테리어 진행 중이다. 얼마 전에는 옛날 택시에서 보던 동전교환기를 하나 사 오더니 이내 가게에 달고는 손님들이 직접 돈을 가져 갈 수 있게 해 놓았다. 오랜만에 보는 동전교환기에 손님들의 반응도 나름 괜찮다. 재밌다는 분도 있고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난다는 분들도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셀프 인테리어 한도 끝도 없어 보인다. 얼마 전에는 나무 팔레트를 쌀집 가게에서 얻어 와 이 또한 재활용한단다. 도대체 뭘 만드길래 이렇게 큰 나무 팔레트를 머리에 이고 왔을까...... 그건 바로 사람들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벤치를 만들 거란다. 제주도 오기 전에는 집에 못하나 박아 달라는 것도 한 달은 족히 걸려 해결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알아서 척척 뭐든 잘하는 남편.. '역시 환경이 사람을 바꾸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열심히 뭐든 해 보려는 모습에 내심 뭉클함이 밀려온다. 그래서일까.. 잔소리 대마왕이었던 나도 지금은 그저 뒤에서 묵묵히 도와주며 소소하지만 큰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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