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불량학생들에게 당했던 기억이 25년이 흘러도 선명한 이유..

2011. 10. 20. 05:50추억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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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 일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서는 어두운 골목한켠에 여학생들대여섯명이서 모여 앉아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이 보었습니다. 순간 그 모습을 보니 움찔...성인이 되었지만..왠지 그 모습들을 보니 빨리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뇌리를 파고 들었습니다.전 학창시절에 담배를 피던 불량학생들에게 안 좋은 기억이 있기 때문에지금도 여학생들이 어두침침한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면 솔직히 겁납니다.예나지금이나 그 모습은 학생답지 않고 공부와는 담을 쌓아 보이고 학교에서는 재껴 놓아 늘 불량스럽게 행동하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 학생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안 좋은 기억은 오래 남는법이잖아요.
아니 평생 그 기억을 안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 들어 와서야 안심을 하게 된 내 모습에 참 어이가 없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학창시절에 겪었던 잊고 싶은 추억이 떠 올랐는지도 모릅니다.

회상...

" 야.. 너 돈 가진거 있나.. 있으면 좀 빌려줄래!.."

껌을 짝짝 소리를 내어 씹으며 껄렁한 교복차림으로
우리보다 학년이 높아 보이는 언니들이 제게 접근했습니다.
뒤따라 오던 친구 두 명은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직감이라도 했는지..
조심스레 제 옆에 섰습니다.

" 돈 없는데예.."
" 뭐라하노..언니가 돈 좀 빌려달라고 하면 알아서 차비라도 내야지.."
" .........."
" 만약에 뒤져서 돈 나오면 알제.. 죽는다.." 

한쪽에서 담배를 피던 언니가 슬슬 나오며 협박을 했습니다.

" 우리 진짜 돈 없어예.."

제 옆에 있던 친구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친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담배를 피던 언니는 친구의 머리를
사정없이 쥐어 박았습니다.

" 와이랍니까..네에..돈 없다니까예.."

친구들 중에서 그나마 제일 겁이 없었던 전 친구가 맞는 모습을 보자
화가 나서 한마디 했습니다.
사실 그말 해놓고 집단으로 때릴까봐 솔직히 겁은 났지만 ..
친구가 맞는것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 그래.. 그럼 돈 없으면 벗어야지...."

우린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 네에?!..와이라는데예.."
" 너거..돈 없다메..그럼 옷이라도 벗으라고..어서.."

돈를 달라고 협박하던 언니와는 달리 가만히 아무말도 안하고 옆에
서있던 언니는 담배 피던 손을 들여다 보이며 겁을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무시무시한 면도날..
그 당시 불량스런 언니들이 면도날로 입안에서 오독오독
씹는다는 말이 무성하던때라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정말 무서웠습니다.
무슨 일인가 일어 날 것 같은 예감이 뇌리속을 파고 들었지요. 

' 큰일났네.. 옷 안 벗어주면 가만 안 놔 둘낀데..."

눈치를 보다 전 파카를 벗어 주었습니다.
친구들은 내가 옷을 벗어 주자 같이 벗을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언니가 하는말,..

" 너거들은 됐다..그리고..회수권 있으면 그것도 도.."

면도날을 본 나는 조금전 겁없이 말대답을 하던 모습은 없어지고
순순히 달라는대로 가지고 있던 차비까지 내어 주었습니다.
그 당시 차비라고 하면 회수권이었죠..
그렇게 가지고 있던 돈도 다 뺐겼고..
언니들은 주변 상황을 두리번 살피더니 고맙다고 빈정대더니 사라졌습니다.

우린 말로만 듣던 정말 무서운 언니들을 경험해 한참동안
그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 윤득아.. 우리 차비 다 뺐겼는데..어짜노..집에는 어떻게가노.."

가까운 거리면 택시라도 타고 가서 엄마에게 돈을 달라고 하겠지만..
친구들끼리 공부한답시고 너무 먼거리의 도서관에 공부하러
온 것때문에 택시도 못타고 갈 상황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내 친구 둘은 집안 형편이 안좋아 늘 내가 먹을것을 사주는
편이어서 친구들에게 뾰족한 수를 기대하기란 어렸웠습니다.
그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버스정류소 바로앞에 서점이 하나 있었던겁니다.
그 당시 서점은 책을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싼 가격에 팔 수도 있었답니다.
난 갑자기 가방에서 참고서를 하나 꺼냈습니다.

" 니..갑자기 뭐하노.."
" 어.. 이 참고서 며칠전에 샀거든 오늘 팔고 내일 다시 찾으러 오면된다.."

그렇게 이야기하고는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아저씨.. 이 참고서 팔려고하는데..얼마 주는데예?.."

아저씨는 참고서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 500원.."
" 네에?.. 아저씨 이거 며칠전에 3500원 주고 산 건데예..
너무 작게 주는거 아입니꺼.."
" 그럼 말고..."

아저씨는 냉정하게 딴 일을 보는척 했습니다.
사실 가격은 터무니 없이 적었지만 그거라도 치러서 받아
집으로 갈 버스를 타야 할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 그라믄..주이소..대신 내일 이거 다시 사러 올께예..알았지예.."

아저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난 500원을 받고 아저씨에게 내일 꼭 찾으러 온다는 말을 계속하며
문을 나섰습니다.
참고서를 판 500원으로 우린 회수권을 구입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습니다.
그당시 회수권이 80원..

집으로 들어가니 파카도 안 입고 샛파랗게 떨며 돌아온 나를 보며
무척 놀라하셨던 부모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깡패언니들을 만나 가지고 있던 돈과 회수권
그리고 옷까지 뺐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무사히 돌아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하셨지요.
그리고 차비가 없어서 참고서를 팔아서 왔다는 이야기도 해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그 다음날 난 친구들과 책을 판 서점에 갔습니다.
아저씨에게 팔았던 책을 다시 사기위해 말이죠.
그런데..
아저씨 정색을 하며 내가 언제 다시 준다고 했냐고 더 큰소리를 치셨습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답니다.

" 아저씨..제가 어제 다시 찾으로 온다고 했다 아입니까.."

한마디로 안된다는 표정을 짓고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참 순진한건지..
바보인건지..
결국 우린 안된다는 아저씨의 말에 허탈한 마음을 안은 채 
책을 찾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나쁜 아저씨....

그 일 이후 난 멀리 있는 도서관에는 절대 가지 않았고
집 주위에 아버지께서 독서실을 마련해주어 공부를 했답니다.
물론 그런 일이 있은 후..
공부가 끝나는 시간에 맞추어 아버지께서는 독서실 앞에 마중을 나오셨지요.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불량학생들에게 당한 것이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옛날 학창시절에 있었던 비슷한 상황이 되면 생각이 또렷이 떠 오른답니다.
정말 그 당시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내 생애 가장 큰 충격이었으니까요..

오늘 집근처 으슥한 골목길에서 학생들이 담배를 피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얼마나 가슴이 콩닥~콩닥 거렸는지..
사람들은 좋은 기억보다 안좋은 기억은 오래도록 남거나 평생간다더니.
실제 겪어보니 맞는것도 같습니다.
25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니 말입니다.
누구든지 그 상황을 자신이 겪어 보지 않으면 이해를 못할 것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고 괴롭히는 사람들은 그것에 대한 기억이
금방 잊혀지겠지만..
그 괴롭힘을 당한 당사자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요..
지금 이시각에도 사람들을 괴롭히고 상처를 주는 사람들이 있겠죠.
나쁜 기억은 오래 아니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으니 제발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동은 하지 말았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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